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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출진합니다~.”

“갔다 와.”

 

1부대 대장 카슈 키요미츠는 활짝 웃으며 제 주인에게 손을 흔들었다. 곧 주변이 환하게 물들더니 사니와의 모습은 사라지고 키요미츠를 포함한 1부대는 낮선 환경에 서있었다. 문제는 그 낮선 환경이 정말 단 한 번도 실제로 본 적 없는 낮선 곳이라는 것이다.

 

“어?”

 

누군가 뒤에서 당황스러운 소리를 내뱉었다. 카슈는 그저 멍하니 흔들었던 손을 내리지도 못하고 굳어 앞의 심히 낮선 자연환경을 바라보았다.

물과 같이 이리저리 흔들리는 모래. 구름 한 점 없는 푸른 하늘. 높이 뜬 강렬한 태양. 카슈는 제 하이힐이 모래에 묻히고 점점 가라앉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이곳은 사막. 현대든 과거든, 일본과는 수천 미터쯤 떨어진 곳의 자연이었다.

 

 

*

 

 

“…힘겹군.”

 

야겐이 숨을 몰아쉬며 중얼거렸다. 이미 그 작은 얼굴과 몸은 빨갛게 달아올라 땀으로 범벆이 되어 있었다. 특히나 다리의 자잘한 화상이 심했다. 허벅지가 훤히 들어나는 옷을 입고 있기에 다른 남사들과는 화상의 면적부터가 달랐다.

이 사막에 떨어진지 어연 2시간. 처음 30분 정도는 무언가의 착오일 지도 모른다며 가만히 기다리던 1부대였으나 곧 한계를 토해냈다. 한 낮의 사막은 아무리 인간과는 동떨어진 도검남사들이라고 한들 쉬이 버틸 수 있는 게 아니었다.

그래서 한계를 인정하고 어디 햇빛만이라도 피할 장소를 찾아 걷기 시작한지 1시간 반. 걷고 걸어도 모래와 모래산 뿐인 주변에 남사들은 정신적으로도 신체적으로도 지쳐가고 있었다.

전신 대부분을 옷으로 가리고 있는 카슈나 쇼쿠다이키리, 츠루마루와 이시키리마루는 무겁고 덥긴 해도 화상은 심하지 않았다. 하지만 야겐과 호타루마루는 다리 노출이 많은 옷을 입고 있는 만큼 다리 쪽의 화상이 심각했다. 특히 뜨거운 모래에 파묻혀있는 발목은 이제 거의 살갗이 다 벗겨질 지경이었다.

 

“이거, 큰일이네….”

“이시키리마루, 뭔가 보여?”

“…정말 미안하지만,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구나.”

 

이시키리마루의 어두운 대답에 카슈를 포함한 남사들의 표정이 하나같이 어두워졌다. 호타루마루는 이제 거의 죽을 것 같은 얼굴을 하고 있다. 야겐도 티는 잘 내지 않았지만 호타루마루와 상태는 비슷할 테니 둘을 위해서라도 어서 빨리 이 사막에서 벗어날 피난처를 찾아야 했다.

카슈는 뾰족한 하이힐 때문에 한 걸음 걸을 때마다 다리가 모래에 파묻히며 걸어 이제 체력적으로 한계에 달한 상태였다. 다섯 명 중 세 명이 벌써 심각한 상태 이상을 호소하고 있었다. 이 이상의 강행은 정말 무리였다.

그나마 가장 멀쩡한 쇼쿠다이키리와 이시키리마루가 곤란한 시선을 주고받았다. 그냥 쉴 수는 없다. 다 같이 타 죽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피난처를 찾아 계속 걸을 수도 없다. 지쳐 쓰러지는 남사가 있을 지도 모른다. 그런 둘의 시선을 멍하니 바라보던 츠루마루는 밝은 목소리로 크게 말했다. 기운 빠진 목소리였다.

 

“일단, 쇼쿠다이키리, 이시키리마루, 카슈, 겉옷을 벗지 않겠나? 면적이 작은 쇼쿠다이키리와 카슈의 겉옷으로 호타루마루와 야겐의 다리를 가리자. 이시키리마루, 너의 옷을 넓게 펼치면 여섯 명은 그 그늘 아래에 숨을 수 있겠지?”

“여섯 명…. 글쎄다. 하지만 일단 펼쳐 보지.”

“나이스, 츠루마루.”

“야겐, 이걸 둘러.”

 

머뭇거리며 이시키리마루가 제 녹색 겉옷을 벗었다. 카슈는 엄지를 척 치켜들며 이미 반쯤 풀어헤쳐진 겉옷을 벗어 호타루마루의 허리에 둘러주었고 쇼쿠다이키리도 조용히 야겐의 허리에 제 겉옷을 둘러주었다.

이미 둘의 다리는 부어오르고 작게 피까지 나고 있어서 조금 늦은 감이 있었지만 그래도 더 늦기 전에 이렇게 가린 게 어디냐. 야겐과 호타루마루는 투덜거리면서도 감사를 표했다.

 

“고맙다.”

“이런 좋은 생각 좀 더 빨리 떠올랐으면 좋았었어…. 고마워….”

“됐다. 모두 일단 들어와 보렴.”

 

이시키리마루가 제 넓은 겉옷을 위로 들어 그늘을 만들고 있었다. 6명이 딱 달라붙어 그늘 아래에 숨었지만 그래도 조금 그늘의 넓이가 부족했다. 츠루마루의 얼굴이 강한 곤혹으로 물들 때 돌연 카슈가 야겐과 호타루마루를 안아들었다.

 

“이러면, 조금은 더, 공간 생기겠지…?”

“좋은 생각이야, 카슈군. 혼자서 둘은 덥겠지. 호타루마루는 내가 안을게.”

“고맙다, 쇼쿠다이키리.”

 

야겐은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얌전히 카슈의 어깨에 팔을 단단히 둘렀다. 호타루마루도 헉헉대면서 쇼쿠다이키리의 가슴에 몸을 기댔다. 둘의 표정이 미묘하게 찡그려져 있는 것을 보니 안기면서 다리가 자극되어 고통스러운 것이 분명하다.

이시키리마루가 중앙에 서서 녹색 겉옷을 지지해주었고 끄트머리에서 츠루마루와 쇼쿠다이키리가 그늘이 무너지지 않도록 옷깃을 잡아 높이 들고 있었다. 카슈는 이제 서있는 것 하나로도 너무 힘에 붙인 상태였다.

 

“카슈, 힘들면 부츠를 벗으면 어때?”

“나, 오늘 맨발….”

 

중심 잡기를 힘들어 하는 카슈에게 야겐이 제안했으나 카슈는 고개를 저었다. 이미 카슈는 쭈그리고 앉아 모래와 가까워진 상태였다. 야겐은 다시 제안하지 않았다. 이 모래와 더위에 맨살을 들어내는 것이 얼마나 위험천만한 일인지 몸소 알았기 때문이다.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라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같은 카슈를 내려다보며 이시키리마루가 작게 중얼거렸다.

 

“뭔가, 혼마루에 연락할 수단은 없는 건가?”

“나는 없어.”

“나도 없네. 호타루마루는?”

“없어.”

 

차례차례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야겐은 조용히 고개를 저었고, 헉헉대던 카슈가 고개를 들고는 고개를 저었다.

 

“연락할 수단은 있어. 하지만 여기 와서부터 전혀 연락이 안돼서….”

“그런….”

 

호타루마루의 얼굴이 노골적으로 절망스럽게 변했다. 야겐도 입술을 깨물었다. 피해가 가장 심한 둘에게 있어서는 사형 선고나 마찬가지였겠지. 그나마 상태가 나은 셋도 얼굴색이 좋지는 않았다.

유일한 외부와의 연락 두절. 자신들은 이제부터 그럼 어쩌면 좋은가. 이 죽음의 자연에서, 어떻게 살아남고 희망을 가지면 좋은가.

힘겹게 숨을 몰아쉬던 카슈는 고통스런 얼굴로 눈을 감고 미간을 찌푸렸다.

벌써 사막에서의 3시간이 지나가고 있었다. 그럼에도 상황은 전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고 더더욱 나락으로 떨어져 갈 뿐이다.

1부대의 모두가 한마음이 되어 한숨을 내쉬었다. 이곳에서 과연 자신들은 살아 나갈 수 있을까. 혼마루의 구원은 오는 것일까. 모든 것이 심연 속인 지금 푸른 하늘에서 빛나는 태양만이 찬란하게 그들을 비웃었다.

 

 

*

 

 

“콘노스케! 1부대의 위치는?!”

“잡히지 않습니다!”

“정부에서의 연락은?!”

“그, 곳곳의 혼마루에서 비슷한 현상이 일어나 지금 조사에 착수했으니 기다려 달라는 답신이….”

“썩을!”

 

우물쭈물하는 콘노스케의 대답에 사니와는 욕설을 뱉으며 주먹으로 1부대를 방금 이동시킨 시프트 플레이트를 두드렸다. 시프트 플레이트는 남사를 과거로 이동시키는 역할을 할 뿐만 아니라 이동시킨 장소, 남사의 위치와 상태를 보여주는 역할까지 맡고 있다. 그런데 1부대를 이동시키고 나서 평소라면 떠야할 남사들의 위치와 그 상태가 전혀 보이지 않았다. 심지어 장소까지.

다급한 마음에 사니와는 그저 시프트 플레이트를 주먹으로 내리치며 정부를 욕 할 수밖에 없었다. 콘노스케는 플레이트를 조작하며 어떻게든 이 오류를 해결하기 위해 끙끙거리고 있다. 그런 둘을 뒤에서 바라보는 남사들의 얼굴에도 걱정이 한가득 피어올라 있었다.

 

“호타루마루…, 괜찮겠지?”

“키요미츠….”

“….”

 

사태의 심각성과 흥분한 사니와의 모습에 쉽사리 다가가 물어보지 못하는 남사들의 대표해 미카즈키가 앞으로 나섰다. 옷을 펄럭이며 사니와의 등 뒤까지 걸어간 그는 진정하라는 듯이 천천히 그 등을 쓰다듬으며 부드러운 말투로 물었다.

 

“주인이여, 도대체 무슨 일인 거지? 설명해 주지 않겠나?”

“미카즈키….”

 

금방이라도 출진 준비를 할 것 같은 진지한 그의 얼굴에 침통하게 표정을 일그러트린 사니와는 쥐어짜듯이 대답을 자아냈다.

 

“제 1부대가, 행방불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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